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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나의 이야기

by 똘똘이박사 2023. 3. 1.

앞으로 몇 회에 나누어서 개발자라는 직업에 대해 이야기 해볼 것이다.

그리고 좋은 개발자가 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내 생각도 이야기 해볼것이다.

그전에 개발자로서 나의 지난 이야기를 써 보려고 한다.

이 글은 인터넷 카페 게시판에 내가 적었던 글을 그대로 옮겨온 것이다.

 


 

안녕하세요

다른 분들이 쓴 고민글을 보고

용기내어 '고민있어요' 에 저도 써볼까 하다가

고민 보다는 경력에 대한 넋두리가 될거 같아 자유게시판에 적어 봅니다.

 

각설하고,

전 올해로 IT 업계에 일한지 대략 12년 차가 됩니다.

제가 경력이 12년이 아니고 일 한지 12년 이라고 말한 이유는 

실제로 개발 경험이 극히 적기 때문입니다.

원래는 임베디드 C를 주력으로 공부하였습니다.

학부생일때도, 그리고 3~4개월 국비지원 학원을 다녔을때도 임베디드 쪽을 했었구요

그러다 취업을 하게 되었는데,

첫 직장도 C를 이용해 서버쪽 개발을 했었습니다.

가끔 볼랜드C를 이용해 관리자들이 서버쪽 데이터나 시스템을 관리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수정하는 작업을 하기도 했구요.

그런데 그때 C쪽 인력의 평균 연봉이 java에 비해 엄청나게 낮았습니다.

(저만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요.)

1년 늦게 들어온 신입이 있었는데 연봉이 저보다 300 인가 400 이 많더군요. java 웹 쪽 프로그래머 였습니다

그래서 1년 반 만에 뒤도 안돌아 보고 이직했습니다. 마침 좋은 자리가 있었거든요.

 

이직한 회사는 IT 쪽으로 큰 회사는 아니지만

우리나라 손꼽히는 대기업의 IT 계열사 였습니다.

주로 하는 업무는 그룹 계열사들의 내부 시스템 개발과 유지보수 였구요.

이때 JAVA 쪽으로 진로를 바꿨씁니다

(원래는 C를 할 수 있게 해주겠다고 해서 들어 갔는데... 다른걸 시키더군요.)

그런데.. 이제 경력이 아니라 업계에서 일한 경험이 쌓이게 됩니다.

뽑아 놓고 아무일도 시키지 않더군요.

그러면서 하는 말이 '바닥 허드렛일 부터 배워 가면서 일을 배우는 거다.' 였습니다.

PC를 나르고, 뭐가 안되면 가서 고쳐주고... 

컴퓨터 책상 아래, 천장, 심지어 공장 지붕 아래까지 사다리 타고 올라가서 랜선도 깔아 봤습니다.

심할때는 사무실에 가방만 놓고, 공장 옆에 있는 창고로 가서 먼지가 쌓인 수백대의 컴퓨터를 정리하는 일을

일주일 내내 한 적도 있구요.

그렇게 2-3년이 지났습니다.

이거 아니다 싶더군요. 그래서 왜 개발일을 안시켜 주는지 다른 업무로 바꿔 달라고 요구했었습니다.

답변은 '기다려라' 였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해 진급을 시켜 주더군요

연봉이 많이 올라갔습니다. 결혼 준비도 해야 했기에 돈이 많이 필요해 결국 그냥 조금 더 다녀 보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연봉만 올라갔고 연차만 늘었을 뿐 하는 일은 똑같았습니다.

거기에 추가로 팀내 사업관리를 하라더군요.

말이 사업 관리지, 고객사(그룹 계열사)를 상대로 하는 프로젝트의 돈 관리를 하라는 것이었습니다.

거기에 하청업체에 나갈 대금 관리까지...

연말이면 다음해 사업 계획에 자금 관리로 스트레스가 쌓여가고 있었습니다.

기존의 업무인 네트워크 관리???(랜선 깔러 다니는거), 장비 관리(고장난 PC 고치고, 포멧하고, 부품 서로 바꿔 끼워 가면서 수명 늘리고... 창고에 쌓여 있던 진짜 폐기 장비들을 폐기 업체에 팔아 버리는 일, 그리고 새로운 장비 구매를 위해 업체 선정해 사양 결정하고, 가격 깍고...제 마음도 깍여 나갔습니다.) 그리고 그룹웨어 관리, IDC 라고 하긴 뭐하고... 서버랙을 4~5개 갔다 놓고 있던 서버실 2개 관리...

아... 깜빡 하나 잊은게 있었네요.

고객센터 시스템을 맡겨 주긴 했었는데... 다른 부서에서 만들고, 이관도 제대로 되지 않은 시스템이어서

저희 부서에서는 골치 덩어리 였죠.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개발일이라 진짜 열심히 했습니다.

하지만 임원이나 대표들에게 부서 소개할때 빠지는 시스템 이었습니다.

(결국 전 팀에서 관리 하지 않는 시스템을 혼자 관리하고 있었던 셈이었죠

그때 주워 들은 이야기인데... 제가 그 시스템 유지보수 하겠다고 소스 보고 있으면 '재 저거 왜 하냐?' 라고 했다더군요)

이렇게 일은 계속 늘어 가는데 인사 고과는 '보통' 아니면 '나쁨' 이더군요.

그래도 바로 위 선배는 잘 만났었는데(그냥 부서 선배 입니다. 위의 일은 오로지 저 혼자만 했으니까요)

선배가 부서장에게 제 고과에 대해 이야기 했더군요

그랬더니 부서장 왈 "우리는 IT 부서 이기 때문에 개발관련 업무 이외에는 인정해 줄 수 없다. 다른 사람들과 동일한 인사평가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 였습니다.

이게 무슨 개소리인지...

그래도 양심은 있으셨는지... 과장까지는 진급 누락 없이 잘 진급시켜 주었고

남부럽지 않은 연봉을 받고 회사를 다니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10년...

마음 속에는 늘 개발에 대한 갈망때문에 하루하루 마음이 메말라 가는 느낌이었습니다.

그 사이 결혼도 하고 귀여운 아이들도 둘 이나 생겼구요.

하지만 더는 참을 수 없던 어느날

와이프에게 고민을 말했고, 용기를 얻었습니다.

그리고 부서장에게 업무를 바꿔 달라고... 이전과는 다르게 아주 강력하게 요구했습니다.

이런 강하게 요구 했던게 처음이라 좀 놀라는 눈치 였습니다. 그리고 한 달만 기간을 달라더 군요.

그래서 기다려 주었습니다.

한달이 지나 다시 면담을 했습니다.

그제서야 솔직하게 말을 하더군요

"OO 과장이 하고 있는 지금 그 일들... 다른 사람한테 맡기면 그 사람이 퇴사할 거 같아 바꿔 줄 수가 없다." 

아... 그랬습니다. 바보 같이 말 잘 듣고, 퇴사 할 거 같지 않아 보여 지금까지 제가 하고 있었던 겁니다.

그래서 그 자리에서 바로 결정했습니다. 퇴사 하겠다고.

그렇게 개발일 에서 거의 손을 놓은체 10년이 흐른 시점에 회사를 퇴사하게 되었습니다.

(전 이 시기를 '잃어버린 10년' 이라고 말합니다... 제 인생에서 잃어버린 시간들...)

그 일 때문에 IT일은 절대 하고 싶지 않더군요.

그래서 약 1년 가까이 다른 여러 일을 해보려고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잘 되지 않았구요.

모은 돈 몽땅 안 날려 먹은게 다행이었습니다.

그래도 하고 싶고... 가장 잘 하는 일이 프로그램이라(당시 수준은 대학 학부 졸업생 수준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시 IT 업계 쪽의 일을 구하기 시작했습니다.

쉽지 않더군요 나이는 이미 40이고 경력은 형편 없었으니까요.

우연히 잡은 프리랜서 기회를 놓치지 않고 붙잡았습니다.

수준은 게시판도 겨우겨우 힘들게 만들 수준이었지만 중급 자리로 들어갔습니다.

(실력이 중요한게 아니고 그 이전에 10년 동안 IT회사에서 일했다는게 경력이 되어 중급이 되었습니다)

겨우 잡은 개발 일이라 진짜 몸이 축늘 정도로 열심히 했죠.

아침 6시 반쯤이면 회사에 도착해 공부 했습니다.

이미 만들어져 있는 다른 사람들의 소스를 보고 메모하고 인터넷을 찾아보고 책을 사서 비교해 보면서 정리하고...

퇴근 후에는 집앞에 있는 카페로 직행해서 문 닫을 때까지 공부 했습니다.

이때 공부할 때 썼던 리갈패드(노란색 연습장인데 때어 쓰는거 있자나요?)를 보니까 A5사이즈 기준으로 한 5권 정도 썻고

다이어리 같은 노트는 한 권 정도 다 썼던거 같아요.

(고등학교때 이렇게 공부 했으면 진짜 서울대 갔을거 같아요)

이렇게 첫 프로젝트 3달 내내 죽어라고 공부했습니다.

그래도 정말 즐거웠습니다.

그리고 PL도 참 악마 같은 사람이었습니다.

(제가 프로젝트 참여하기전에 8명이나 그만뒀더군요. 그 PL 때문에)

그리고 운 좋게 바로 2번째 프로젝트를 잡아 현재 일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 시점이 프리를 시작한지 이제 7개월 정도 되었습니다. 지금도 마찬가지로 그렇게 공부하고 있습니다.

다만... 첫 프로젝트는 주말 부부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퇴근 후 바로 공부를 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출퇴근을 하기 때문에 그렇게 까진 못합니다.

대신 지금 출퇴근시 대략 4시간 가까이 걸리는데 이 시간을 이용해 인강도 듣고, 책을 보고 있습니다.

빵형님 유투브 스터디 영상도 이번 프로젝트 출퇴근 시간을 이용해 거의 다 보았습니다.

(오라클 빼구요, 오라클은 곧 시작할 예정입니다)

'잃어버린 10년'을 되찾기 위해 지금도 굉장히 노력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노력이 부족하다고 생각되어 지네요, 잠도 좀 더 줄여야 할듯...)

그리고 같이 일하는 개발자를 보면 그 어떤 누구라도 저보다 못한 사람은 없다라는 생각으로 사람을 대하게 됩니다.

솔직히 빵형님이 리뷰해 주시는 포토폴리오를 보면 경력이 없는 저 사람들 조차 저 보다 더 실력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그 회사를 그만두고 지금까지 후회가 남는 딱 1가지가 있습니다.

왜 진작에 더 강하게 업무 바꿔 달라고 말하지 않았나... 왜 진작에 그만두지 않았나... 왜 10년이라는 시간을 참아왔나...

이런게 아닙니다.

'왜 불평만 하고 스스로 스킬업을 위해 공부하지 않았나' 였습니다.

그래서 늦었지만 지금 열심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고민도 적어 봅니다.

첫 프리를 할때 그 악마같은 PL이 그러더군요.

'OO씨 40넘으면 프로 일하기 쉽지 않다. 40넘은 중급 프리는 잘 안뽑는다.'

처음에는 그냥 악담으로 들었는데...

지금 일하고 있는 프로젝트 들어와서 확실히 알았습니다.

현재 프로젝트의 PL이 그러더군요

"40넘은 개발자는 뽑을때 부담된다. 자기보다 나이가 많아서 부담이 된다."

(참고로 이전 프로젝트도, 이번 프로젝트도.. PM, PL이 모두 30대 후반 이어서 저보다 어렸습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프로젝트의 PM, PL 나이가 그렇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앞으로 프리를 계속 할 수 있을지...

이번 프로젝트 까지는 운좋게 왔지만... 다음 프로젝트는 어떻게 될지 걱정이 큽니다.

정규직 쪽을 안알아 보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사실 정규직쪽은 이력서를 50군데 넘게 보내 봤지만 전부 서류에서 탈락 하였습니다.

정규직으로 갈려면 이 나이에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입니다.

 

그렇다고 걱정만 하고 있을 순 없고...

포토폴리오가 도움이 될까 해서 준비는 하고 있습니다.

(그냥 제가 공부하고 정리한 것들을 지식 공유 차원에서 정리한 블로그를 만들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디에서 보니까... 경력은 포토폴리오 보지도 않는다고... ㅜㅜ)

 

아... 그래도 한가지 조금 용기를 얻었던게

첫 프로젝트 마치고 나올때 그 악마 같은 PL이 그러더군요

"OO씨, 진짜 대단하다. 내가 10년 넘게 이쪽 일을 해왔지만 OO씨 같은 태도로 일하는 사람 본적 없어.

처음에 들어왔을때 보다 진짜 많이 발전 했는데... 나이에 비해 아직은 부족해.

그런데 지금 태도 유지하고, 프로젝트 몇 개 더 겪으면서 경험 쌓이면... 한 2년 안에 충분히 상급 이상 할거같아. 나 정도로? 진짜로"

이러더군요. 그때 살짝 눈물이 났습니다. 그 악마 같은 사람이 처음으로 고맙게 느껴지더군요.

(참고로  PL 본인은 특급 개발자 급에 속한다고 생각하더군요. 제가 실력이 없어서 그런지... 하는거 보면 잘하는거 같기는 합니다.)

 

 

긴 글 읽어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마지막으로 이글 읽는 모든 초보 개발자님 힘 내세요.

40넘은 경단남?? 도 이렇게 하고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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