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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일상

취미 부자

by 똘똘이박사 2024. 11. 9.

취미가 없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무엇을 좋아하는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조차 모른다.

그런 사람들을 보면 마치 주변 세상에 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마치 일상 속에서 그저 흘러가는 시간에 자신을 맡긴 듯한 모습이다.

 

반면에 취미가 너무 많은 사람도 있다.

이들은 주변의 온갖 것들에 관심이 넘친다. 호기심이 많고,

다양한 활동에 손을 대다 보니 늘 시간이 부족하다.

끝없이 새로움을 찾아 헤매며 자신만의 세계를 탐험하는 것이다.

 

난 후자에 속한다.

오늘은 내가 가졌던, 그리고 여전히 관심이 가는 취미들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첫 번째 이야기: 사회인 야구

난 운동신경이 뛰어나지도 않고 체력도 약하지만, 여러 가지 운동을 시도하는 것을 꽤 즐겼다.

학창 시절, 열심히 했던 운동이 거의 없었지만,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몇 년간 사회인 야구팀에 속해 있었다.

팀에서 내 별명은 ‘ㅋㅋㅋ’였는데, 야구에서 삼진을 'K'로 표시하니 삼진을 세 번 당하면 'KKK'가 되고,

이를 그대로 읽으면 ‘ㅋㅋㅋ’가 되었다.

삼진왕이었지만, 경기 때마다 꾸준히 참석했던 내가 기특했는지 팀원들은 나를 주전으로 넣어주곤 했다.

실력은 없었지만, 그 열정만큼은 인정받았던 것 같다.

꾸준히 팀의 일부로 뛰며 느낀 것은 실력과는 별개로 함께하는 즐거움이었다.

 

 

두 번째 이야기: 스노우보드의 추억

내가 스키장과는 인연이 없던 시절이 있었다.

처음 스키장에 갔을 때, 청바지에 장갑도 없이 스키를 탔다.

그 결과? 스키를 제대로 탄 것이 아니라, 눈밭을 굴러다녔다.

장갑이 없었기 때문에 넘어질 때마다 손에 상처가 생겼고, 결국엔 커다란 살점까지 떨어져 나가는 부상을 입었다.

(그때 설질은 상당히 좋지 않았다. 인공으로 만든 눈은 입자가 거칠었고 딱딱하게 굳어 있어서 보호 장비가 없으면 바로 부상으로 이어졌다.)

이 경험 때문에 몇 년간은 스키장은 물론, 눈썰매장조차 가까이 가지 않았다.

하지만 첫 직장에서 겨울 야유회를 스카장으로 갔던 덕분에 스노우보드를 처음 타게 되었다.

앞에 이야기 했던 것처럼 운동신경이 남들보다 부족해 처음에는 고생했지만, 보드를 타는 그 자체가 너무 재미있었다.

처음 보드를 탔던 날은 엉덩이 보호대 조차 하지 않고 탔다.

타다가 수십 번 넘어진 후 아픔을 경험했지만 그때만큼 신나고 즐거웠던 적도 드물다.

이런 기도를 드리고 탄적도 있다.

'오늘은 타다거 넘어저 앉은뱅기가 되는 일이 없기를....'

아무리 운동신경이 없어도 몇 년을 타다 보니 중간정도 실력은 되었던거 같다.

힘들긴 했지만 꼭대기 상급자 코스도 탈 정도는 됐으니까.

 

요즘은 헬스장으로 시작하는 아침

헬스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다소 웃프다.

사회생활의 부적응 때문이었다고 할까?

새로운 상사와의 관계가 부담스러워 아침 일찍 운동을 시작했는데, 이게 벌써 2년이 넘어가고 있다.

운동으로 근육 빵빵맨이 되고 싶은 건 아니다.

그저 나와는 전혀 맞지 않는 사람과 같은 공간에 있는 것이 스트레스였다.

결국, 그 시간과 공간을 피하기 위해 회사 옆 헬스장을 찾았고, 그렇게 시작된 운동은 일과가 되었다.

운동을 꾸준히 하면서 몸도 달라졌다.

예전엔 M 사이즈 옷이 맞았지만, 이제는 좀 많이 작은 느낌이다.

허리띠 없이는 바지가 흘러내릴 정도로 뱃살이 빠졌고, 체형도 개선되었다.

스스로도 건강해졌다는 것을 느끼며 하루를 시작하는 게 기분 좋다.

 

독서와 게임: 서로 다른 즐거움

게임은 조금 어색하지만 내 취미 중 하나다.

특히 감동적인 이야기가 담긴 게임을 좋아한다.

무작정 싸우고 부수는 액션 게임보다는 서서히 스토리를 풀어가는 RPG 게임을 좋아한다.

이런 게임들은 마치 한 편의 소설을 읽는 기분이다.

실제로 어떤 게임은 이야기의 전개에 몰입해 눈물을 흘린 적도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게임을 거의 하지 않는다.

이유는 독서 때문이다. 게임에 몰두하면 책 읽을 시간이 사라진다.

독서를 처음 시작한 이유는 단순했다.

부족한 나를 조금이라도 과시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배달의민족'의 정봉진 의장이 이야기한 '과시형 독서'가 바로 그거다.

다른 사람들과 대화할 때 "이 책을 읽어봤다"고 말할 수 있는 나 자신이 조금 멋있게 느껴졌다.

 

사진과 영화: 내 안의 예술 감각

예술적 감각은 부족하지만 사진 찍기와 영화 보는 건 좋아한다.

오프라인 사진 동호회에 오래 참여했고, 그곳에서 지금의 아내를 만났다.

내 결혼식 본식 사진도 모두 동호회 사람들의 작품이다.

동호회 사람들 몇몇은 사진 작가로 전향할 만큼 열정적이었다.

나도 오래된 장비지만 고급 카메라를 여전히 소중히 보관 중이다.

영화는 연애를 하기 전부터 좋아했다.

특히 조조 영화를 즐겼는데, 그 당시 아침 일찍 하는 조조 영화가 7-8시 사이에 시작하곤 했다.

가격도 저렴했기에 거의 매주 주말마다 조조 영화를 보러 다녔다.

 

취미들의 공존: 내 삶의 작은 축제

내가 언급한 취미들이 다 한 시기에 겹쳐 있었다는 게 신기하다.

예를 들면, 12월의 금요일 저녁 퇴근 후 야간 보드를 타러 스키장에 갔다가 집에 돌아오면 자정쯤 되곤 했다.

한숨 자고 나서 조조 영화를 보러 가는데 영화가 끝나고 나면 아침 10시가 되었고,

영화가 끝나면 사진 동호회에 바로 참석했다.

동호회에서 사진을 찍고, 사람들과 커피를 마시며 수다를 떨다 보면 어느덧 저녁이 되었다.

집에 가는 사람들은 가고, 남은 사람들과는 저녁을 먹으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요리에 대한 애정과 열정

내 입맛은 초딩 입맛이다.

단맛이면 좋아하고 쓴맛은 싫어한다.

요리는 잘 못한다.

그래서 똑같은 레시피로 자주 하는 요리지만 매번 맛이 다르다는게 신기하다.

요리도 재미있지만, 요즘은 요리 장비와 식재료에 눈길이 간다.

무쇠 프라이팬이나 냄비, 그리고 중식 식도나 산도쿠 같은 식도, 엔드레인 같은 나무 도마 같은 것들 말이다.

진간장과 양조간장의 차이. 맛술과 미림, 그리고 청주 같은 비슷하면서도 다른 재료들이 재미있다.

장바구니에 담긴 장비들만 백만 원이 넘는다.

언젠가 이 장비들이 내 주방에 걸리는 날을 기대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초록초록한 생명들

집에는 작은 어항에 열대어와 체리 새우를 키운다.

이사를 오면서 어항을 크게 준비했더니 집을 방문한 손님들이 수족관인 줄 알았다고 한다.

평일에는 관리할 시간이 없어 주말에만 돌보다 보니 요즘은 좀 엉망이다.

그래서 관심을 끄는 것이 손이 덜 가는 식물이다.

특히 테라리움이 흥미롭다.

여러 재료를 사서 작은 어항에 식물을 길러보고 있다.

얼마 전에는 '좀바우취'에 대해 포스팅했는데, 너무 귀여워서 하루에도 몇 번씩 들여다본다.

조만간 그 바위취가 얼마나 자랐는지 다시 포스팅해볼 생각이다.

 

 

 

휴~ 이제 여기까지 쓰고, 다음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생각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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