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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글쓰기 챌린지 #073 : 나의 이야기

블로그/아침 글쓰기 챌린지 100

by 똘똘이박사 2023. 10. 12.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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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올 해 IT 업계에 일한지 대략 16년 차가 되었다.

경력이 12년이 아니고 일 한지 12년 이라고 말한 이유는 실제로 개발 경험이 극히 적기 때문이다.

원래는 임베디드 C를 주력으로 공부하였고 관심분야도 그쪽이었다.

학부생일때도, 그리고 3~4개월 국비지원 학원을 다녔을때도 임베디드 쪽을 공부 했었다.

그러다 취업을 하게 되었는데,

첫 직장도 C를 이용해 서버쪽 프로그램 개발을 하는 회사였다.

가끔 볼랜드C를 이용해 관리자들이 사용할 클라이언트 프로그램을 작성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그때 C개발자의 평균 연봉이 java개발자에 비해 엄청나게 낮았다.

(나만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1년 늦게 들어온 신입 자바 개발자 연봉이 나보다 300~400만원이 많았다.

그래서 1년 반 만에 뒤도 안돌아 보고 이직을 결심하게 되었다. 마침 좋은 자리가 있기도 했다.

 

이직한 회사는 IT 쪽으로 큰 회사는 아니지만

우리나라 손꼽히는 대기업의 IT 계열사 였다.

주로 하는 업무는 그룹 계열사들의 내부 시스템 개발과 유지보수 였다.

그룹사중에 공장쪽에서 근무하게 되었고 그래서 임베디드 개발을 하게 될 거라고 생각했다.

인터뷰시에도 그렇게 이야기 했던 것으로 기억난다. 

그런데.. 이제 개발경력이 아니라 IT업계에서 일한 경험이 쌓이게 된다.

입사하고 얼마 지나서 보니 내가 배정된 팀은 임베디드와 관련된 업무가 하나도 없었다.

따라서 당장 할 업무가 없었고, 하나 둘 잡일만 하고 있게 되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바닥 부터 배워 가면서 일을 배우는 거다.' 였다.

PC를 나르고, 뭐가 안되면 가서 고쳐주고... 

컴퓨터 책상 아래, 천장, 심지어 공장 지붕 아래까지 사다리 타고 올라가서 랜선을 깔아 봤다.

심할때는 사무실에 가방만 놓고, 공장 옆에 있는 창고로 가서 먼지가 쌓인 수백대의 컴퓨터를 정리하는 일을

일주일 내내 한 적도 있다.

그렇게 2-3년이 지났다.

'이거 아니다' 싶었다. 그래서 왜 개발일을 안시켜 주는지 다른 업무로 바꿔 달라고 요구했었다.

답변은 '기다려라' 였다.

그리고 그 다음해 누락없이 진급이 되었다.

연봉이 많이 올라갔다. 결혼 준비도 해야 했기에 돈이 많이 필요해 결국 그냥 조금 더 다녀 보기로 했다.

하지만 연봉만 올라갔고 연차만 늘었을 뿐 하는 일은 같았다.

거기에 추가로 팀내 사업관리까지 맡게 되었다.

말이 사업 관리지, 고객사(그룹 계열사)를 상대로 하는 프로젝트의 돈 관리를 하라는 것이었다.

거기에 하청업체에 나갈 대금 관리까지...

연말이면 다음해 사업 계획서 작성에 한 해 실적 보고서 작성까지... 나와 맞지 않는 업무로 스트레스가 쌓여가고 있었다.

기존의 업무인 네트워크 관리???(랜선 깔러 다니는거), 장비 관리(고장난 PC 고치고, 포멧하고, 부품 서로 바꿔 끼워 가면서 수명 늘리고.

창고에 쌓여 있던 진짜 폐기 장비들을 폐기 업체에 팔아 버리는 일, 그리고 새로운 장비 구매를 위해 업체 선정해 사양 결정하고, 가격 깍고...내 마음도 깍여 나갔다.).. 그리고 그룹웨어 관리, IDC 라고 하긴 뭐하고... 서버랙을 4~5개 갔다 놓고 있던 서버실 2개 관리...

아... 깜빡 잊은게 하나 있다.

고객센터 시스템을 맡겨 주긴 했었는데, 사실은 부서의 골칫덩어리 시스템 이었다.

고객사에서 우리팀을 통해 개발한 시스템이 아니고 자체적으로 업체를 선정해 개발했던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을 고객사 해당부서에서 관리할 능력이 되지 않았다. 우리팀도 우리가 관여하지 않은 시스템에 대해 관리할 의무도 없었고, 맡아봐야 운영비도 받지 못하는 시스템이라 나몰라라 하고 있던 시스템이다

. 그런 시스템을 어쩌다 보니 관리하게 되었다.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개발일이라 진짜 열심히 했다.

원래가 C 개발자 였기 때문에 자바로 만든 웹 시스템을 관리하기 위해 거의 모든것을 처음부터 공부해야 했다. 회사가 경기도에 있어 퇴근 후 학원 같은 곳을 다닐 수도 없었다. 오로지 책으로 독학을 했다. 

하지만

 임원이나 대표들에게 부서 소개 할 때 관리하는 항목에서 제외되는 시스템 이었다.

(결국 난 팀에서 관리 하지 않는 시스템을 혼자 관리하고 있었던 셈이었다

그때 주워 들은 이야기인데... 내가 그 시스템 유지보수 하겠다고 소스 보고 있으면 '재 저거 왜 하냐?' 라고 했다고 한다

)

이렇게 일은 계속 늘어 가는데 인사 고과는 '보통' 아니면 '나쁨' 이었다.

나중에 퇴사를 앞 두고 회사 선배에게 이야기를 들었는데, 한 번은 선배가 부서장에게 내 고과에 대해 이야기 했다고한다. 일은 많고 왜 고과는 않좋게 주는지.

(그냥 부서 선배이다. 위의 일은 오로지 저 혼자만 했으니까 사수가 없었다)

그랬더니 부서장 왈 "우리는 IT 부서 이기 때문에 개발관련 업무 이외에는 아무것도 인정해 줄 수 없다. 다른 사람들과 동일한 인사평가 기준을(개발) 적용해야 한다." 였다.

이게 무슨 개소리인지... 그래도 

과장까지는 진급 누락 없이 잘 진급시켜 주었고

남부럽지 않은 연봉을 받고 회사를 다니고 있었다.

그렇게... 10년...

그 사이 결혼도 하고 귀여운 아이들도 둘 이나 생겼구요.

하지만 더는 참을 수 없던 어느날

아내에게 고민을 말했고, 용기를 얻었다.

그리고 부서장에게 업무를 바꿔 달라고... 이전과는 다르게 아주 강력하게 요구했다.

이런 강하게 요구 했던게 처음이라 좀 놀라는 눈치 였다. 그리고 한 달만 시간을 달라고 했다. 내 업무를 대신할  다른 사람을 찾아야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다려 주었다.

한달이 지나 다시 면담을 했다.

그리고 이렇게 말을 했다

"O과장이 하고 있는 지금 그 일들... 다른 사람한테 맡기면 그 사람이 퇴사할 거 같아 바꿔 줄 수가 없다." 

그래서 그 자리에서 바로 결정했다. 퇴사 하겠다고.

그렇게 개발에서 거의 손을 놓은체 10년이 흐른 시점에 회사를 퇴사하게 되었다.

(난 이 시기를 '

잃어버린 10년' 이라고 말한다... 내 인생에서 잃어버린 시간들...)

개발 공백기가 길어서 바로 개발을 하기는 쉽지 않았다.

그래서 약 1년 가까이 다른 여러 일을 해보려고 했었다. 결과적으로 잘 되지 않았고..

그나마 회사다니면서 모아놓은 돈 안 날려 먹은게 다행이었다.

그래도 가장 하고 싶고... 조금 이라도 아는게 프로그램이라(당시 수준은 대학 학부 졸업생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다시 IT 업계 쪽의 일을 구하기 시작했다. 정규직이 아니라 프리랜서로 일을 찾기 시작했다.

쉽지 않았다. 나이는 이미 40이고 경력은 형편 없었으니까.

그리고 우연히 3개월짜리 프로젝트를 붙잡았다.

수준은 게시판도 겨우겨우 힘들게 만들 수준이었지만 중급 개발자로

들어갔다

(실력이 중요한게 아니고 그 이전에 10년 동안 IT회사에서 일했다는게 경력이 되어 중급이 되었다)

겨우 잡은 개발 일이라 진짜 몸이 축날 정도로 열심히 했다.

아침 6시 반 쯤이면 회사에 도착해 공부를 했다.

이미 만들어져 있는 프로그램과 다른 사람들의 소스를 보고 메모하고 인터넷을 찾아보고 책을 사서 비교해 보면서 정리하고...

퇴근 후에는 집앞에 있는 동네카페로 직행해서 문 닫을 때까지 공부 했다.

이 3달 동안 공부 할 때 썼던 리갈패드(노란색 연습장인데 때어 쓰는것)를 보니까, A5사이즈 기준으로 한 5권 정도 썻고

다이어리 같은 노트는 한 권 정도 다 썼던것 같다.

(고등학교때 이렇게 공부 했으면 진짜 서울대 갔을거 같다)

이렇게 첫 프로젝트 3달 내내 죽어라고 공부했다.

그래도 정말 즐거웠다.

그리고 그 프로젝트의 PL도 참 악마 같은 사람이었는데, 내가 프로젝트 투입되기 전에 8명이나 그만뒀다고 한다. 그 PL 때문에.

암튼 그 후 다행히 쉬는 기간 없이 계속 일을 잘 해오고 있다.

지금 시점이 프리를 시작한지 이제 5년 정도 되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로 공부하고 있다.

다만... 상황이 첫 프로젝트때와 다른 점이 많다. 첫 프로젝트는 주말 부부라 퇴근 후 공부하기 수월했다. 하지만 집 근처에서 일 할때에는 퇴근 후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야 했기에 오후에 공부할 시간이 없었다. 

따라서 출퇴근 시간에 공부를 하는 수 밖에 없었다. 출퇴근 하는 시간도 모자라 점점 기상 시간을 당기다 보니 이제 새벽 4시에 일어나게 되었다.

그렇게 '잃어버린 10년'을 되찾기 위해 지금도 공부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노력이 부족하다고 생각된다. 잠도 좀 더 줄여야 할듯...)

그리고 이제는 같이 일하는 개발자를 보면 누구라도 나보다 못한 사람은 없다라는 생각으로 사람을 대하게 된다.

 

내가 그 회사를 그만두고 지금까지 후회가 남는 딱 1가지가 있다.

'왜 진작에 더 강하게 업무 바꿔 달라고 말하지 않았나... 왜 진작에 그만두지 않았나... 왜 10년이라는 시간을 참아왔나...'

이런게 아니다.

'왜 불평만 하고 스스로 스킬업을 하지 않았나' 였다.

그래서 늦었지만 지금도 열심히 공부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아... 그래도 한가지 조금 용기를 얻었던게

첫 프로젝트 마치고 나올때 그 악마 같은 PL이 그러더군요

OO씨, 진짜 대단하다. 내가 10년 넘게 이쪽 일을 해왔지만 OO씨 같은 태도로 일하는 사람 본적 없어.

처음에 들어왔을때 보다 진짜 많이 발전 했는데... 나이에 비해 아직은 부족해.

그런데 지금 태도 유지하고, 프로젝트 몇 개 더 겪으면서 경험 쌓으면... 한 2년 안에 충분히 고급 이상 할거같아. 나 정도로? 진짜로

(참고로  PL 본인은 '특급 개발자 급' 이라고 말하고 다녔다.)

 

마지막으로 이 글 읽는 모든 초보 개발자 들에게 힘내라고 말해주고 싶다.

40넘은 경단남?? 도 이렇게 하고 있으니까.

 

 

위 글은 어떤 인터넷 카페에 내가 적었던 글을 다듬어 다시 올린 글이다.

원문은 아래 주소에 있다.

https://cafe.naver.com/curiouscode/2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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