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낸다는 것
잘 알고 지내는 동생의 어머님 부고 소식을 들었다. 학교에서 같은 동아리 활동을 했던 녀석이다.
마침 휴가여서 가까운 카페에서 공부하다가 소식을 듣고 바로 빈소를 다녀왔다. 장례식장에 입고갈 복장이 없었다. 가는 길에 급히 쇼핑몰에 들러 어두운색 와이셔츠나 남방이라도 사입으려고 했으나 마땅한 옷을 못 고른체 시간만 지체했다.
점심쯤 도착했다. 연락을 받자마자 와서 그런지 아직 조문객들이 없었다. 아마도 내가 첫 조문객이었나 보다.
녀석의 눈이 퉁퉁 부어 있다. 많이 울었나보다. 팬데믹 이후로 얼굴을 못 봤으니 4-5년 만에 만났다. 오래간만에 만난 자리가 하필 이런자리라니... 즐겁게 만나야 하는데 눈알이 뻘건 녀석을 보니 마음이 좋지 않다.
췌장암 이었다고 한다. 손쓸 겨를 없이 가셨다고 한다.
마지막에 만났을 때만해도 철이 덜 들었다고 그랬었는데, 어머니 보내고 철이 드는 모양이다. 말이, 대화의 내용이, 그 질이 많이 깊어졌다. 얼마전 단톡방에서도 이러지 않았었는데.
같이 밥을 먹었다. 밥이 넘어 가지 않았는지 먹지 않으려 하는걸 억지로 먹였다. 조문객 행렬은 이제 시작일 텐데 상주인 녀석이 체력이 떨어져 있으면 안된다. 뭐라도 먹여 놔야 다음올 조문객들을 맞이 할것 아닌가.
식사를 마칠때쯤 소식을 들은 다른 가족분들이 도착했다. 막내 이모님이라 했다. 피를 나눈 형제의 죽음이니 얼마나 슬플까.
오후에는 소식을 접한 다른 동아리 친구들도 올 것이다. 녀석들이 내가 다 못해준 의로를 건낼 것이다.
부디 어머니 잘 보내 드리고, 몸도 마음도 잘 추스리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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