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블로그/에세이

[불평불만] 세종이 살기 좋은 도시 1위 라고??

by 똘똘이박사 2025. 4. 1.

 

GPT가 그려준 그림

세종이 살기 좋은 도시 1위라고???

얼마 전, SNS에서 세종시가 '살기 좋은 도시 1위'로 뽑혔다는 글을 보았다.
그 글을 읽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정말 세종이 살기 좋은 도시일까?

개인적으로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물론 아이들을 키우기엔 분명 좋은 환경이 맞다.

넓은 인도와 잘 갖추어진 학교 시설, 그리고 지원들까지. 아이를 키우는 부모 입장에서는 만족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아이를 키우기 위해선 수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환경이라도 돈 없이 아이를 키울 수는 없다. 흙 퍼먹으며 살 순 없지 않은가?


일자리 구조의 취약함

세종시의 가장 큰 문제는 일자리 구조의 편향성이다.
개인적으로 도시 전체의 일자리 중 90% 가까이가 공공기관, 즉 공무원과 관련된 직종에 집중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나머지는 자영업이거나 공공기관에 간접적으로 연결된 일자리일 것이다.

세종에서 집을 구하려고 공인중개사 사무실에 들어가면, 가장 먼저 듣는 질문이 이거다.
“어느 과에서 일하세요?”
‘정부세종청사 내 어느 부서에서 근무하냐’는 뜻이다.

이렇게 구성된 구조는 자연스럽게 ‘직업’이 곧 ‘계급’이 되고, 부모의 직업과 호봉이 아이들의 서열로 이어진다.
마치 삼성 직원 자녀들이 다닌다는 수원의 모 고등학교처럼, 보이지 않는 위계가 작동한다.


인프라가 부족한 도시

‘살기 좋은 도시’라는 말에는 기본적인 인프라의 충실함이 포함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세종의 대중교통은 상당히 빈약하다. 도로는 대부분 왕복 4차선 정도에 불과하고, 대전이나 공주 등 타 도시와 연결된 도로만 조금 넓은 편이다.

지금은 인구가 그렇게 많지 않아서 출퇴근 시간만 피하면 길이 막히지 않지만, 인구가 늘어나면 교통지옥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대중교통 수단도 한정적이다.
버스와 택시 외에 다른 대안이 없다. 트램 얘기가 종종 나오긴 했지만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나 일정은 없다.
기차역은 오송에 있어서 세종 중심에서 접근성이 떨어진다. 버스 노선도 촘촘하게 구성되어 있지 않아서 자차 없이는 불편하다.


황당한 상가 설계와 주차 문제

세종의 상가들을 보면 이해할 수 없는 설계가 많다.
가장 큰 문제는 주차 공간 부족이다. 상가 자체에 주차 공간이 거의 없고, 인근 공영주차장이라도 있으면 다행이다.
하지만 공영주차장이 있더라도 목적지까지 한참을 걸어가야 하는 불편함은 여전하다.

차 몰고 가서 뭐 좀 사먹고, 쇼핑도 하고 싶은데 차를 댈 곳이 없으니 발길이 자연스럽게 멀어진다.


즐길거리의 부족과 도심 공동화

세종은 즐길거리가 거의 없다.
그래서인지 주말만 되면 세종 시민들이 외부로 빠져나간다. 대전, 천안, 청주로 향하는 차량 행렬은 주말마다 반복된다.

문제는 이로 인해 도시 내 소비가 줄고, 상권이 무너진다는 것이다.
상가 공실률이 70%에 달한다는 얘기도 있다. 실감이 날 정도다. 걸어 다니다 보면 텅 빈 상가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고, 문을 연 지 얼마 되지 않은 가게들도 이내 폐업하고 만다.

쇼핑몰이라고 있는 것들도 대부분 실외처럼 설계되어 있다.
비 오거나 눈 오는 날엔 가기도 싫어진다.
겨울엔 추워서, 여름엔 더워서, 결국 사람들 발길이 끊긴다.

몇몇 백화점처럼 지어진 건물들도 있긴 하다. 하지만 설계 자체가 이상해서 그런지 사람들의 잘 찾지를 않는다.
그 결과, 수백억 들여 만든 건물이 2~3년 만에 통으로 공실이 되어버린 사례도 있다.


마무리하며

세종은 도시 설계 자체는 깔끔하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보면 “과연 살기 좋은 도시인가?” 라는 질문에는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아이들을 위한 환경은 좋지만, 어른들이 살아가기에는 부족한 점이 너무 많다.
일자리, 교통, 소비, 문화, 상권—이 모든 게 ‘도시의 삶’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인데, 세종은 이 부분에서 아직 갈 길이 멀다.

‘살기 좋은 도시 1위’라는 수식어는, 누군가에게는 맞을 수도 있지만, 많은 사람에게는 그렇지 않다.
나에게 있어 세종은, 아직 ‘살기 좋은 도시’가 아니다.

 

 

반응형